혼인빙자간음, 사라진 죄명이지만 민사상 책임은 여전히 인정됩니다
2025-05-30 12:51:22
형법상 혼인빙자간음죄는 폐지됐지만 논란은 계속됩니다
과거 형법 제304조는 ‘혼인을 빙자하여 간음한 자는 처벌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었으나, 이는 2013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폐지되었습니다. 이유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가 우선된다는 점, 형사처벌로 해결할 수 없는 도덕적 영역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즉, 지금은 형법상 ‘혼인빙자간음죄’라는 범죄는 존재하지 않으며, 단순히 결혼을 약속한 상태에서 성관계를 가진 것만으로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형사처벌이 불가능해졌다고 해서, 법적으로 완전히 문제 삼을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는 여전히 가능합니다
혼인빙자간음의 행위가 사기로서의 요건을 충족하거나, 고의적인 기망을 통해 성관계를 유도하고 그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입혔다면, 민법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합니다. 예컨대 상대방이 결혼할 의사 없이 반복적으로 결혼을 약속하며 성관계를 유도하고, 상대방이 이로 인해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면, 위자료 청구가 인용된 판례들이 존재합니다. 이 경우 중요한 것은 결혼에 대한 약속이 단순한 연애 감정의 표현이 아닌, 명백한 기망이나 악의적 유혹이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판례는 상대방의 고의성, 반복성, 기망성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법원은 단순한 연인 관계의 파탄에 따른 실망감이나 성관계 자체에 대해서는 개입하지 않지만, 상대방이 이미 배우자가 있는 사실을 숨기고 결혼을 약속했다든지, 직업이나 경제적 상황을 허위로 꾸며 상대를 속인 정황이 있을 경우, 위자료를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유부남이 미혼인 척하며 여성과 교제하고 성관계를 맺은 경우, 수백만 원대 위자료를 인정한 판결도 있습니다. 다만, 결혼 약속이 있었더라도 상대방이 성인으로서 자유의사로 성관계에 응했다면, 단순히 혼인이 불발됐다는 이유만으로는 손해배상청구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문자는 물론 SNS 메시지도 중요한 입증자료가 됩니다
혼인빙자간음에 대한 민사청구를 준비할 경우, 상대방이 결혼을 약속했음을 보여주는 문자, SNS 대화, 이메일, 녹취파일 등이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오간 비용 정산 내역, 상견례 일정 논의, 집 계약과 관련된 논의 등은 상대방의 결혼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 간접 자료가 되며, 성관계와 인과관계가 명확히 드러날수록 손해배상 인정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감정적인 접근보다는 법적 구조와 피해사실을 명확하게 정리한 접근이 유리합니다.
단순한 결별은 대상이 아니며 기망이 핵심입니다
결국 혼인빙자간음으로 인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단순한 이별이 아닌 ‘기망’과 ‘피해’가 입증되어야 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상대방이 처음부터 결혼할 의사가 없었거나, 결혼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고도 상대에게 결혼을 약속하며 성관계를 유도했다면, 이는 단순한 사적 약속의 파기가 아니라 고의적인 기망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는 수치심 때문에 대응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지만, 민사적 보호를 통해 피해 회복의 길을 찾을 수 있으며, 필요 시 여성단체나 법률구조기관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