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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법을 누더기로 만드나
2018-04-05 11: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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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5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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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경우도 김영란법에 해당되나요?” 김영란법이 제정된 지 1년을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이런저런 질문들이 떠돈다. 법조문이 모호한 데다 선례도 많지 않아서다. 문제는 뿌리도 내리지 않은 이 법을 뜯어고치려는 움직임이 숱하게 많다는 점이다. 공직사회에선 ‘이런 법을 왜 만들었느냐’는 푸념도 나온다. 김영란법, 과연 정착할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이 질문의 답을 찾아봤다. 이용희 IBS법률사무소 변호사가 도왔다. 


“학원 선생님께 비싼 선물을 사주면 안 되나요?” “가족이 공무원인데, 시계 선물을 하면 안 되나요?” “공무원 친구나 학교 선생님인 친구에게 밥을 사주면 안 되나요?” 법률 상담 시 흔히 곁들여 나오는 질문들이다.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은 그만큼 예민한 사안이다. 


답부터 말해보자. 학원 선생님에게 주는 선물은 김영란법에 해당되지 않는다. 대가성이 있는 선물이라면 형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가족끼리 주고받는 선물은 김영란법에 해당되지 않는다. 선물을 준 사람의 업무가 해당 공무원의 직무와 연관성이 있다면 문제가 된다. 공무원 친구나 학교 교사인 친구에게 밥을 사줄 수는 있지만 일정 액수가 넘어가면 안 된다. 직무와 연관성이 있는 친구가 사는 밥이라면 독이다. 

2016년에 제정된 김영란법을 두고 여전히 이런저런 질문이 나오는 건 선례가 많지 않아서다. 역으로 보면, 김영란법이 확고하게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 법의 정착은 애초부터 쉽지 않았다. 파파라치가 공직자들을 따라다니면서 현장을 덮치지 않는 이상 실제 범법행위를 걸러내기는 불가능했다. 변수뿐만 아니라 예외도 많아 법 적용에도 한계가 분명했다. 

예컨대 김영란법에 따르면 공직자ㆍ언론인ㆍ사립학교 교직원들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원(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면 형사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바꿔 말하면 100만원 이하의 금품은 연간 300만원이 넘지 않는 선에서 받아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제3자 명의로 금품을 제공하면 얼마든지 선물을 할 수 있다. 지난 1월 17일 농수축산물의 선물 상한선이 5만원 이하에서 10만원으로 오른 것도 혼란을 부추긴다. 농수축산업계 의견이 반영된 것이지만, 가뜩이나 구멍이 많은 법에 예외 규정이 덧붙여진 격이라서다.
[※참고 :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인정된다면 뇌물죄가 성립해 수수금액의 2~5배의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그럼에도 이 법은 존중 받아야 한다. 김영란법은 청렴 의무를 다하지 않는 공직자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었다. 예전엔 공직자가 금품이나 향응을 받고 청탁을 들어주면 형법상 뇌물죄로 처벌했는데, 법 적용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공직자의 비위 행위가 직무 관련성이 있고, 금품이나 향응이 대가성이 있다는 걸 입증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은 이런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에 상관없이 부정한 청탁이나 일정한 금품의 수수가 있었다는 사실만 있으면 처벌할 수 있도록 만든 법이다. 공직자가 부정한 청탁을 받고 신고를 하지 않아도 처벌받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영란법을 적용받는 공직자, 학교 선생님, 기자라면 “친구가 한턱낸다는 것도 못 얻어먹나”라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국민이 공공영역 종사자들에게 그 정도의 청렴함을 원한다면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이 법은 사문화될 이유가 없다. 


변호사닷컴 법률뉴스는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부딪힐 수 있는 사건·사고에 대해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작성한 변호사의 소견입니다.
따라서 법규정 해석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으며,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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