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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더기 무섭다고 장 못 담가서야
2016-12-08 1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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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56,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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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죄의 공소시효가 지난해 폐지됐다. 그러자 미제 살인사건의 진범이 잡혔다는 소식이 속속 들려온다. ‘시효 폐지의 역기능이 많을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잠재우고, 피해자와 유족의 마음을 달래주는 듯하다. 그렇다면 살인죄에 이어 강력범죄의 공소시효 폐지도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15년 전 미제사건으로 분류된 한 살인사건의 범인 A씨가 최근 잡혀 재판을 받게 됐다. A씨는 경기도 용인시에서 부부가 사는 단독주택에 침입, 부인은 살해하고 남편에겐 중상을 입힌(일명 교수부인 살해 사건·2001년)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경찰은 A씨와 B씨를 공범으로 보고 검거했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놓아줬고, 공소시효를 넘겨버렸다. 

하지만 2015년 7월,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일명 ‘태완이법’·형사소송법 제253조의2)이 통과되면서 그해 8월 곧바로 재수사에 착수, A씨를 검거했다. 공범 B씨가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가족에게 죄를 고백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점, 서로 잘 모른다던 A씨와 B씨가 한 교도소에서 함께 수감생활을 했던 점 등이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없애는 법이 아니었다면 미제로 남았을 사건이다. 태완이법이 만들어진 배경엔 ‘대구 황산테러 사건’이 있다. 1999년 5월 20일 6살 태완이가 대구시에 있는 집 앞에서 한 성인 남성이 끼얹은 황산테러를 당해 3도 화상을 입고 49일 만에 사망한 사건이다. 수사가 더 필요한 사건이었지만 공소시효가 만료돼 미제로 남았다. 그러자 살인죄엔 공소시효를 두지 말자는 여론이 일었고, ‘살인죄의 시효를 없애는’ 개정안이 통과됐다. 

사실 태완이법이 탄생하기까지 찬반여론은 팽팽했다. 찬성하는 입장은 이랬다. “공소시효 제도 자체를 없애는 게 아니다. 살인죄에 한해 폐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역효과보다 순기능이 크다. 과학수사기법이 발전해서 수사 인력 확충 없이도 미제사건 수사가 충분히 가능하다.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중대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추세다.”

반대하는 쪽은 이런 주장을 폈다. “범죄간의 죄질을 비교형량 해야 하는데, 그러면 범죄자 간 형평성이 문제될 수 있다. 현실적인 수사 인력 부족으로 실제 미제사건 해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공소시효 폐지가 악용되면 100년 전 사건까지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살인죄의 시효 폐지 이후 미제로 남을 뻔한 살인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있다. ‘교수부인 살해 사건’은 단적인 예다. 역기능보단 순기능이 훨씬 크다는 얘기다. 개정법률안에 따라 각 수사기관이 2000년 8월 1일 오전 0시 이후 발생한 273건의 미제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미제사건 수사전담팀을 구성해 수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제사건이 속속 해결된다면 피해자와 그 유족은 그동안 받았던 고통과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다른 강력 범죄에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입법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조정민 IBS법률사무소 변호사 cjm0707@ibslaw.co.kr 
기사출처 더스쿠프 http://www.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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