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컨텐츠

게시판 리스트 페이지

  • 트위터로 보내기
글자크기
힘 없는 하도급업체 ‘중벌’ 받은 이유
2016-12-12 14:42:14
아이콘 2057
조회수 36,413
게시판 뷰

법은 종종 우리의 상식을 벗어난다. 죄를 지은 이가 낮은 처벌을 받는가 하면, 죄 없는 이가 죄를 뒤집어쓰거나 죄질이 나쁜 이보다 더 큰 처벌을 받기도 한다. 우리 법이 사회적 정의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힘 없는 하도급 업체가 무거운 처벌을 받은 사례다.

2015년 어느 봄. 부산의 한 건설업체 A사의 대표가 수사기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 내용은 C공공기관으로부터 전문건설 공사 발주가 있었는데, 건설업체 B사가 불법으로 하도급을 받았다는 것(건설산업기본법 위반)이었다. 

사실 A사 대표가 B사를 고발하기 전까지 두 기업은 공생관계였다. B사는 건설공사 경험과 실적이 풍부해 부산 지역에서는 나름 인지도가 있는 중견 건설업체였지만, 전문건설업체로 등록돼 있지 않았다. 반면 A사는 영세하고 공사실적이 많지 않았지만 전문건설기계를 보유하고 있어 전문건설업체로 등록돼 있었다. 그리고 C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는 전문건설업체만 참여할 수 있는 공사였다. A사와 B사가 손을 잡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A사는 전문건설기계를 B사에 사실상 보유한 것처럼 보이게 빌려주고, 전문건설업체로 등록한 B사가 실적과 인지도를 앞세워 공사를 수주하면 A사에 하도급을 주기로 한 것이다. 결국 B사는 공사를 수주했다. 하지만 B사는 공사를 수주한 이후 A사로부터 빌린 기계와 인력으로 모든 공사를 진행하면서도 자신의 이익만 챙기기 바빴다. 특히 B사는 원사업자로서 갑질을 일삼았다. 화가 난 A사 대표는 B사를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A사와 B사가 편법으로 공사를 수주하고 나눠먹기했다는 점에서 두 기업 대표는 함께 처벌을 받았다. 문제는 B사보다 전문건설기계를 빌려준 A사가 더 큰 처벌을 받았다는 점이다. 왜일까. 답은 조금 황당하다. 

전문건설기계의 명의를 빌려준 A사는 자격요건을 상실했다. 전문건설기계를 사실상 B사에 넘겼기 때문이다. 자격요건을 상실한 A사는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설업자’가 아니다. 그런 상태에서 B사로부터 하도급을 받았으니, A사는 ‘불법 수주’를 받은 셈이다. 힘없는 하도급 업체인 A사가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은 이유다. 대법원 판례도 이와 같다.

결과적으로 B사는 이익을 누리고 약한 처벌을 받은 반면, A사는 일은 일대로 하고 이익은 별로 못 보면서 무거운 처벌을 받았다. A사가 잘 했다는 건 아니지만, 법이 약자를 더 힘들게 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이 애초부터 대형건설사(원사업자)의 입장에서 소규모 영세건설사(하도급자)를 짓누르려고 했던 것은 아닐 거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를 ‘정의’라고 할 수 있느냐다. 

사람이 만드는 법은 완전무결하지 않고 빈틈과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법원은 부당한 피해자가 없도록 판결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지금이라도 건설산업기본법은 개정돼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박재정 IBS법률사무소 변호사 pjj@ibslaw.co.kr | 더스쿠프
기사출처 더스쿠프 http://www.thescoop.co.kr
 
 

변호사닷컴 법률뉴스는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부딪힐 수 있는 사건·사고에 대해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작성한 변호사의 소견입니다.
따라서 법규정 해석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으며,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저작권자© 변호사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추천 스크랩
목록

법률뉴스 더보기

법률 뉴스 리스트
낙태죄 헌법불합치 그 1년뒤는?
 2019년 4월 11일 수많은 여성들의 노력으로 결국 헌법재판소가 형법 269조 낙태죄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렸었다. (헌법불합치란 규정이 위헌임이 판결이 났지만 사회적 혼란이 날 것을 우려하여 법을 개정하기 전까지 이를 유지하려고 하는 ...

[형사.범죄]

헤어지자는 말에, 성관계 영상을 뿌린다는 협박을 했다고?
  여자 친구 B씨가 A씨에게 헤어지자고 하니 A씨가 그동안 B씨 몰래 촬영해왔던 성관계 영상과 나체 사진을 보여주며 SNS에도 올리고 지인들에게 다 보여준다는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뉴스기사를 접했다. 이 협박 이후에 A씨는 B씨의 반려견을 벽돌...

[형사.범죄]

“아동청소년성범죄” 의 출발점 “온라인그루밍성범죄”
 “고민이 있으면 언제든 털어놔도 돼.” “내가 너의 안식처가 되어줄게.” “너를 끝까지 책임질게.” 이렇게 달달하고, 의지가 되는 말의 끝은 “오늘 있었던 일 엄마한테 말하지 마” “저번에 그 영상 인터넷에 뿌릴 거...

[형사.범죄]

디지털 성범죄, 그 처벌에 대한 안일함이 낳은 결과물 “텔레그램 N번방”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   2020년 3월 18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이다. ‘n번방’이 알려지게 된 것은 2020년 1월 17일에 방영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서 관련된 내용을 방영하면서다.  ...

[형사.범죄]

보이스피싱 현금인출책, 나도 당할 수 있다
피해자에서 순식간에 가해자로, 보이스피싱과 현금인출책   최근 금융 관련 범죄로는 ‘보이스피싱’이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조심하는 상황이고 국가차원에서도 근절을 위해 단속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피해자는 계속 발생하...

[형사.범죄]

구조 못하는 구조제도, 여기 또 있었네
돈이 없어서 제 권리를 포기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소송을 하려 해도 변호사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처럼 돈이 없어 소송을 못하는 이들을 위해 ‘소송구조제도’라는 걸 두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 역시 ‘그림의 떡’...

[재판.분쟁]

전셋집이 돌연 경매에 들어갔다면…
부동산 시장에서 임대인은 갑이고 임차인은 을이다.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는 악덕 임대인도 숱하다. 요즘처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을 땐 그런 일이 기승을 부린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려 할 때, 보증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

[부동산]

판례와 법의 어색한 간극
산재보험법 이중구조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으려면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상당인과관계’를 따질 때에는 ‘보통 평균인’이 아닌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 등 주관적 상황’...

[노무]

자살과 산재, 불편한 편견
근로자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이 생겼고, 결국 자살을 했다면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업무와 자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면 인정해주는 게 옳다. 문제는 그동안 판례들이 업무와 자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잘 인정...

[노무]

내시경 받다가 치아가 손상됐다면…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잘 보이지 않는 사고. 이런 사고의 대표적인 유형이 의료사고다. 피해자가 의료사고를 입증하는 게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병원 측에 손해배상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아서다. 문제는 의무적으로 받는 건강검진 중에도 의료사...

[의료]

의도치 않게 밀쳤어도 형사처벌"쾅"
계단과 고의성  당신은 계단을 오르내릴 때 얼마나 조심하는가. 출퇴근 시간, 늦었다면서 지하철 승강장 계단을 급히 뛰어 내려가지는 않는가. 혹은 스마트폰에 얼굴을 묻고 앞은 보지도 않은 채 계단을 갈지之자로 종횡무진하진 않는가. 평상시에도 ...

[형사.범죄]

간통보다 무서운 ‘부정행위’
간통죄 묻는 방법 2015년 간통죄가 폐지됐다. 간통죄를 형사 처벌하는 게 헌법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이 말은 죄가 있지만 형사적 처벌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일부에선 여전히 “이제 간통은 죄가 아니다”면서...

[이혼.가정]

일당 수천만원 노역, 죗값인가 놀이인가
황제노역 지난해 8월 국정농단 혐의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에 벌금 200만원, 추징금 약 70억원을 선고받은 최순실씨. 하지만 최씨가 그만한 벌금을 낼지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많다. 최대 3년 이하인 노역형을 택하면 벌금을 안 낼 수도 있어서다. 노역형을 일...

[형사.범죄]

심장 두근거린다면서 고소했다면…
법적 상해 경미한 교통사고에도 다치는 사람이 있고, 비교적 큰 사고지만 사람이 멀쩡한 경우도 있다. 내가 가해자라고 할 때, 두 사고에서 피해자가 상해진단서를 끊어서 나타난다고 해보자. 일반적으로 경미한 교통사고의 경우엔 “뭘 저 정도 갖고 ...

[교통사고]

마약 운반만 했더라도 처벌 받나요?
마약 처벌 다섯가지 질문 마약은 파는 사람도, 유통하는 사람도, 투약하는 사람도 모조리 처벌을 받는다. 우리 법이 마약의 심각성을 중대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초범의 경우엔 처벌이 약하지만, 고의성과 상습성이 입증되면 처벌은 강력해진다....

[형사.범죄]

5
6
7
8
9
10
11
12
13
14
15

지금 활동중인 변호사

더보기

  • 데이터가 없습니다.
  • 대한민국 법원
  • 서울중앙지방법원

HELP 변호사닷컴 사용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Top

변호사닷컴 서비스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