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컨텐츠

게시판 리스트 페이지

  • 트위터로 보내기
글자크기
구조 못하는 구조제도, 여기 또 있었네
2020-01-18 10:09:03
아이콘 1607
조회수 29,609
게시판 뷰


돈이 없어서 제 권리를 포기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소송을 하려 해도 변호사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처럼 돈이 없어 소송을 못하는 이들을 위해 ‘소송구조제도’라는 걸 두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 역시 ‘그림의 떡’일 경우가 많다. 왜일까. 


일찍 아버지를 여읜 최수영(가명ㆍ21)씨는 3년 전 어머니마저 병환으로 잃었다.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탓에 김씨는 4살 터울의 남동생과 함께 힘겹게 살았다. 공부를 썩 잘 한 편이었지만 형편이 어려워 대학은 포기했다. 하지만 동생마저 돈이 없어 대학 진학을 포기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사람 취급을 못 받는다는 주변의 얘기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차에 최씨는 어머니가 사망보험금을 남겨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최씨는 어머니의 사망 보험금을 대신 관리하고 있던 이모를 찾아갔지만, 이모는 어머니의 보험금을 내놓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모는 연락을 받지 않거나 연락이 돼도 차일피일 미루기를 반복했다. 

어쩔 수 없이 최씨는 소송을 알아봤다. 하지만 또다시 벽에 부닥쳤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최씨로선 변호사 수임료를 부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방법은 있었다. 국가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재판비용을 면제해주는 ‘소송구조제도’를 활용하면 됐다.


문제는 이 제도를 통해 구제를 받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는 점이었다. 최씨 역시 소송구조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소송구조제도란 소송비용을 부담할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위해 법원이 신청 또는 직권으로 재판 비용의 납입을 유예하거나 면제해주는 제도다. 쉽게 말해 변호사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도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건데, 2005년에 도입됐다. 

소송구조의 대상은 민사ㆍ행정ㆍ가사소송은 물론 독촉사건, 가압류ㆍ가처분신청사건도 포함된다. 많은 이들이 이 제도를 잘 모르고 있지만 소송을 제기하려는 사람 혹은 소송 중에 있는 당사자, 외국인, 심지어 법인도 신청할 수 있다. 법원에 소송구조를 신청한 후 허가를 받으면 소송구조 지정 변호사를 찾아 사건을 의뢰하면 된다. 

소송구조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조건은 소송 비용을 지출할 여력이 없다는 걸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럴 경우엔 ‘소송구조 재산관계진술서’를 작성해 소명자료로 제출하면 된다. 

여기까진 별 문제가 없지만 ‘패소할 것이 명백하지 않은 사안이어야 한다’는 둘째 조건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사건만 소송구조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제도가 한정된 국가 재정을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확실한 승소가능성을 조건으로 삼은 건 타당하다. 하지만 승소 가능성만을 생각해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생긴다는 건 이 제도의 취지와 어긋나 보인다.


‘패소할 것이 명백하지 않은 사안’이라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따져볼 문제다. 재판은 당사자들의 주장이 대립하는 과정을 거치기 마련인데, 재판을 하기도 전에 법원이 미리 ‘이길 수 있는 사안’을 재단한다는 건 옳은 절차로 보기 어렵다. 법조계에서 “모호한 인용기준과 법원의 보수적인 판단으로 인해 좋은 제도가 방치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제적 약자를 위해 만든 소송구조제도의 인용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법원행정처가 발행하는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소송구조 인용률은 53.8%(처리된 건 기준)에 불과했다. 인용률이 형편없으니 소송구조 신청건수도 2015년 9666건, 2016년 7952건, 2017년 6330건, 2018년 5999건으로 계속 줄었다. 한해 40억~60억원의 돈이 소송구조 예산으로 배정되지만, 매년 다 쓰이지도 못하는 이유다. 

미국의 경우 변호사 보수는 원고와 피고가 각각 부담한다. 다만, 공익소송만은 소송비용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편면적 패소자부담주의(one-way fee shifting)’를 도입하고 있다. 이 원칙에 따르면 원고가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패소자에게 변호사 비용을 청구할 수 있고, 원고가 패소했다고 하더라고 상대 변호사의 비용은 부담하지 않는다. 소송구조제도의 허점이 메워지지 않는 지금, 도입을 생각해볼 만한 장치다. 

 
추천 스크랩
목록

법률뉴스 더보기

법률 뉴스 리스트
앤디 워홀 “그림 직접 그리지 않는다”...조영남은 왜 사기 혐의 받을까
(사진 설명: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팝 아트/출처: Pixabay) 가수 겸 화가로 활동 중이 조영남 씨가 송기창 화백이 그린 그림을 덧칠한 뒤, 자신의 명의로 판매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조 씨는 자신이 아이디어를 주고 대작화가에게 그...

[형사.범죄]

유병재 고소한 어버이연합, 명예훼손 혐의 성립할까
(사진 출처: 유병재 씨 유튜브 영상 캡처) 11일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하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은 방송인 유병재 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유 씨는 지난 7일, SNS에 '고마워요, 어버이'라는 제목으로 어버이연합을 풍자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형사.범죄]

"가습기 살균제" 임산부 사망, 피해자는 2명?
지난 2011년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폐 손상으로 임산부와 영유아 143명이 숨지고 1200여 명이 피해를 입는 사태가 벌어졌다. 조사 결과, 사망 원인은 '가습기 살균제'로, 가습을 위한 물질에서 유해성분이 발견됐다. 그런데 5년이 지나도록 법적 책임을 ...

[형사.범죄]

금강송 베어낸 사진가는 어떻게 전시회 열었나
지난달, 예술의 전당이 사진을 찍기 위해 금강송을 베어낸 사진가 장국현씨의 전시회 대관을 취소하자, 장씨 측은 '전시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일부 승소 판정을 받았다. 장씨는 '대왕송 사진의 구도를 해친다'며 인부를 고용해 수령 220년 된 ...

[민사.기타]

2달 전 매매한 아파트서 보일러 고장, 매도인의 책임은?
최근 변호사닷컴 궁금해요 게시판에 매매한 부동산에 대한 매도인의 책임을 묻는 질문이 올라왔다. 매도인 A씨는 15년이 넘은 아파트를 매매하면서 보일러에 고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고, 이에 매수인 B씨는 알겠다는 대답을 했다. 매매 2달 뒤...

[부동산]

영화 속 흡연장면 규제…’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
지난 2월 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흡연장면이 있는 영화가 청소년의 흡연을 촉발한다며 이에 대한 규제를 각국 정부에 촉구했다. WHO는 흡연장면을 담은 영화에 대해 등급제를 시행하고, 영화관 등에서 담배 광고를 금지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

[민사.기타]

‘선거운동정보’ 문자, 번호 어떻게 수집했을까
‘제20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열기가 뜨겁다. 현행 공직선거 및 부정선거방지법 제109조는 오후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가능하도록 규정해놓고 있다.   사례. 평...

[민사.기타]

데이트폭력,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최근 데이트폭력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여성이 상담을 의뢰했다. 20대 직장인인 이 여성은 회사에서 11살 연상인 남성과 1년 전부터 연애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이가 어린 여성을 극진히 위하던 남성은 어느 순간부터 무시와 모욕을 일삼았다.   ...

[형사.범죄]

전과 있는 직원을 해고할 수 있을까
2013년 현대자동차 지방 공장에 근무하던 A씨는 은행에서 근무복 차림의 만취 상태로 ”같이 밥을 먹자“며 13세 여자 아이에게 접근해 허벅지를 만졌다. A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고 법원에서 벌금 700만원을 확정받았다. 이 사실을 알고 회사 ...

[노무]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제정, 일반 사기죄보다 처벌 강화
국회가 지난 3월 3일 본회의에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2013년 8월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 2년 6개월 만에 법이 제정된 것이다.   보험사기 적발 규모는 지난 2012년 4533억 원에서 2013년 5190억 원, 2014년...

[형사.범죄]

횡단보도 정지선 안 지킨 운전자, 고의 없었어도 사고 나면 ‘형사처벌’
지난 3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박 씨(64)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 7명에게 만장일치 평결을 받아 무죄로 선고됐으나, 2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2014년 10월 새벽 3시50분께 서울 관악구의 한 교...

[교통사고]

애인에게 에이즈 전염한 남성…전파위험성 낮아도 ‘유죄’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에이즈)을 숨기고 연인과 성관계를 해 에이즈를 옮긴 30대 남성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이 남성은 지난 2013년 4월부터 4개월간 여자친구와 콘돔을 쓰지 않고 성관계를 했다. 여자친구는 헤어진 후, 에이즈 검사를 받았는데 ...

[형사.범죄]

스타벅스 머그잔 표절 논란, 디자인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
올해 초, 국내 여러 온라인 게시판과 SNS에서 스타벅스의 밸런타인데이 이벤트 상품인 머그잔에 대한 표절 논란이 있었다. 도예가 김 씨는 2016년 스타벅스가 출시한 머그잔이 2015년부터 자신이 판매한 작품과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란...

[지적재산권]

방송 자료화면에서 나온 내 얼굴, 초상권 침해일까
올 겨울 가장 추운 날, 목도리로 얼굴을 두른 자신의 얼굴이 뉴스에 나왔다면서 SNS에 뉴스 장면을 올린 지인이 있었다. 이 지인은 멀리서 뉴스를 촬영하는 모습을 보긴 했지만, 자기까지 나올 줄 몰랐다면서 신기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동의 없...

[민사.기타]

연예인 스폰서 명단, 처벌하기 어려운 이유
2월 중순,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스폰서 제안을 폭로한 걸그룹 멤버를 비롯해 연예인 지망생들과 직접 스폰서 브로커로 일한 사람들을 취재했다.   앞서 걸그룹 멤버는 스폰서 브로커가 페이스북으로 보낸 성...

[형사.범죄]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지금 활동중인 변호사

더보기

  • 데이터가 없습니다.
  • 대한민국 법원
  • 서울중앙지방법원

HELP 변호사닷컴 사용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Top

변호사닷컴 서비스 전체보기